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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약용의 '유배지에서 보낸 편지'

오랜 세월에도 빛을 발하다.

 기사 작성일 : 2017. 12. 30.


 조선후기, 실학사상의 대표 인물이자 조선 최고의 정치 경제학자로 불리었던 다산 정약용. 그가 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그의 아들과 제자들에게 올바른 처신의 중요성을 일깨웠듯이, 현대인들에게도 올바른 처신의 중요성을 전달한다. 200여 년 전, 한 외로운 학자의 편지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빛바래지 않고, 오히려 더욱더 빛을 발한다.

 정약용이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엄격하지만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의 마음씨가 잘 드러나 있다. 이는 아버지가 자식을 살인하는 일이 발생하는 현대의 각박한 세상 속에서, 진정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돌이켜보게 한다.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가난한 제자들의 생계까지 염려해주는 자상한 스승의 마음씨가 잘 드러나 있다. 지금처럼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흔들리는 때, 이 글들은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돌이켜보게 한다.

  필자는 감동과 전율을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많은 편지들 중에서도 두 부분이 마음속에 와 닿았다. "나는 전번에 이리저리해 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구나!’하는 소리를 입 밖에 내뱉지 말아야 한다. 만약 이러한 말이 한번이라도 입 밖에 나오면 지난 날 쌓아 놓은 공과 덕이 하루아침에 재가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질 것이다.”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구절이다. 필자 또한, 살아가면서 여태껏 많이 했던 말 중 하나가 나는 전에 이렇게 해주었는데 너는 왜 안 해주니식의 말이었다. 그러한 이해관계라는 거대한 틀에 박혀 살던 필자에게 큰 경종을 울렸다.

  “사소한 일을 가지고 절조를 잃어버려서야 되겠느냐.”

 이 또한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구절이다. 권세가들에게 귀양살이에서 풀려나도록 도와줄 것을 간청하는 편지를 보내라고 권유하는 아들에게 불의와 조금도 타협할 줄 모르는 선비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. 필자를 포함한 정의를 가치관으로 삼은 이들에게는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일 것이다.

  이렇듯 편지에는 정약용의 깊은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. 그는 천주교도 탄핵 명령에 따른 신유교옥이 연루되면서 시작된 18년간의 긴 유배라는 제약된 상황에서 이야기 담긴 편지를 밖을 향해 내보냈다. 만약 정약용이 유배를 가지 않았었더라면, 이러한 양서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. 오히려 제약된 상황을 통해 정약용의 인간적인 자신의 내면을 더 잘 드러낼 수 있었던 것 아닐까?

  진짜 양서는 한두 구절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에, 읽다가 자꾸 덮이는 책이 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, 바로 이 책이 딱 그러하다. 그 구절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. 그래서 그 한 권의 책이 때로는 번쩍 내 눈을 뜨게 하고, 안이해지는 내 일상을 깨우쳐 준다. 이러한 점에서 위대한 사상가, 정약용의 '유배지에서 보낸 편지'는 우리들에게 필독서이지 싶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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